default_top_notch
ad49
ad51
ad50
default_setNet1_2

[해헌의 독서파크(5)]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기사승인 2021.02.28  23:46:53

공유
default_news_ad1

- 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안도현 시인의 '어머니의 아내의 차이' 저서.(사진제공=해헌)

 오늘은 감성적인 시집을 하나 보려고 한다. 시인 안도현(1961~)은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는 문학적 성취와 독자들의 사랑을 함께 얻은 드문 시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등 10권이 있다.

 그가 쓴 동화 '연어'는 1996년에 출간된 이후 100쇄를 돌파하는 기록을 남겼으며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등에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시집 중에서 <네가 보고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아포리즘 중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라는 연작을 한 번 본다.

 <해헌(海軒) 주>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1'

 어머니는 손주에게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싸우더라도 차라리 네가 한 대 더 맞는 게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는 싸울 때는 바보같이 맞지만 말고 너도 때려야 한다고 아이에게 가르친다.

 그런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있다. 그 손주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 한 명을 때렸다고 문득 집으로 전화가 온 날 어머니는 은근히 좋아하시고, 아내는 아이를 잡도리해야겠다며 벼르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2'

 어머니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배가 고프지 않은지 묻고, 아내는 숙제를 다 했는지 묻는다.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을 "내 새끼, 내 새끼"라고 부를 때도 있다.

 아내는 그 어머니의 아들을 "이 웬수, 저 웬수"라고 부를 때도 있다. 어머니는 가는 세월을 무서워하고, 아내는 오는 세월을 기다린다.

 어머니는 며느리한테 자주 잔소리를 하시지만, 아내가 나한테 잔소리하는 것은 매우 듣기 싫어한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3'

 거의 모든 어머니는 물건을 살 때 시장으로 가고 싶어 하고, 거의 모든 아내는 백화점으로 가고 싶어한다.

 파 한 단을 살 때도 어머니는 흙이 뚝뚝 떨어지는 파를 사고, 아내는 말끔하고 예쁘게 다듬어 놓은 파를 산다.

 어머니는 고등어 대가리를 비닐봉지에 함께 넣어 오지만, 아내는 생선가게에다 버리고 온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4'

 어머니는 손주들의 옷을 고를 때 소매가 넉넉한 것을 사려고 하고, 아내는 아이의 몸에 꼭 들어맞는 옷을 사려고 한다.

 어머니는 내일 입힐 것을 생각하지만, 아내는 오늘 입힐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살 때도 그렇다. 어머니는 한 치수 더 큰 것을, 아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을 것을 고른다. 어머니는 값을 따지고 아내는 상표를 따진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5'

 어머니는 갓 난 손주에게 모유를 먹이는 게 어떻겠냐고 며느리에게 묻고, 아내는 모유를 먹이면 가슴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된다면서 분유를 먹이자고 남편을 설득한다.

ad53
ad48

 어머니는 장가 든 아들이 가슴 만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가슴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세월이 갈수록 어머니는 부끄러움이 많아지고, 아내는 점점 대담해지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가 목욕탕에 갔을 때 우유 한 통을 두고도 생각의 차이가 드러난다. 어머니는 그 우유를 손주에게 먹이려고 하지만 아내는 우유로 마사지하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손주를 생각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는 기특한 순간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 6'

 혹시 시간이 나거든 어머니의 옷장과 아내의 옷장을 각각 들여다 보라.

 어머니는 시집올 때 가지고 온 저고리를 장롱 밑바닥에 두고두고 보관하지만, 아내는 3년 전에 산 옷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모아두려고 하고, 아내는 필요없는 것은 버리려고 한다.

 어머니는 신 김치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금방 담근김치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인절미나 수수경단 같은 떡을 좋아하고, 아내는 생크림이 들어있는 제과점 빵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설탕을 많이 넣은 자판기형 커피를 좋아하고, 아내는 묽은 원두커피를 좋아한다.

 [마치며]

 읽어보니 어떠하신가요?, 공감이 가시나요?.

 시인들은 별 것 아닌 주제에서도 예리하게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다. 어머니와 아내, 즉 고부관계는 모든 인간관계 중에서도 가장 미묘하고 혼합이 잘 안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는 며느리가 아들한테 잔소리하는 것은 참지 못한다. 다 큰 아들한테는 "내 새끼, 내 새끼" 하지만 며느리한테는 좀처럼 살갑지 못하다.

 손주한테 하는 것은 또 다르다. 할머니는 손주한테 배가 고픈지를 묻고, 엄마는 숙제를 다했는지 묻는다. 둘 다 그 손주를 위한 것인데, 그 취지와 방향성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손주가 다른 애를 때리고 왔을 때, 할머니는 은근 좋아하고 엄마는 애를 잡으려고 한다. 파 한 단을 사도 어머니는 흙이 묻은 친자연적인 것을 좋아하고 아내는 말끔하게 정돈된 백화점용 파를 좋아한다.

 하지만 인생은 또 한 번의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이 아내는 세월이 흐르면 다시 시어머니가 되어 며느리를 맞이한다. 그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데자뷰가 일어난다.

 오늘 연작시를 한 번 보았다. 시를 읽는 것을 너무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지만 오늘 이 시처럼 편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가까워지는 것이 시이기도 하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서울패미리병원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T) 수료.

  <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양산뉴스파크 webmaster@ysnewspark.com

<저작권자 © 양산뉴스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