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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7)]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기사승인 2021.03.07  21: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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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저서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사진제공=해헌)

 이번 내용은 심리학에 관해 이야기로, 저서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저자 김한나·김보름)'의 '기억의 포장술, 경험을 재구성하다'이다.

 현대는 쉬지않고 트렌드가 변화하는 물결 속에 존재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그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 변치않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 내고 소비트렌드를 다양한 심리분석을 통해 설명해 내고 있다.

 어느 작은 집단에서 시작한 변화의 흐름인 '마이크로 트렌드'가 어느 순간 거대한 물결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전한다.

 저자들은 사람들의 심리의 작은 움직임에서 큰 주류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책에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오늘의 내용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헌(海軒) 주>

 ▲'기억의 포장'

 기억 속에는 즐거운 '나'가 가득하다. 이 것은 무미건조한 일상보다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뇌가 평범한 경험을 '즐거운 기억'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머릿속으로 과거를 반추하기보다는 디지털 기기 속에서 추억을 되새기는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에 아름다운 '과거의 나'를 남겨놓기 위한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억을 왜곡해 행복을 만들어내다'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1883-1969)는 말한다. "나의 과거는 나의 거울이다. 나는 나였던 바의 것이다", 그렇다. 그의 말처럼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가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다.

 과거의 내가 매순간 쌓은 경험이 내 생각과 마음, 행동을 구성하고, 이 것이 모여 '현재의 나'를 이룬다. 나는 '과거기억의 편집'이다.

 그런데 우리 기억자체가 불완전하다는데 함정이 있다. 우리의 경험이 회상될 때 기억의 과정에서 원본이 고스란히 보존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는 경험할 때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곤 한다. 물건을 사기 전에 망설였음에도 내 물건이 되는 순간 세상 최고라고 믿고 입사 전 그렇게 고민하던 직장도 명함을 받는 순간 이만한 직장이 없다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이러한 뇌의 기억 왜곡전략은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높여 행복해지고자 사람들이 취하는 전략이다.

 세상을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취사선택해서 바라보고 기억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중이다.

 ▲'기억이 스마트폰으로 옮겨지다'

 이제 '과거의 나'는 나의 머릿속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다. 언제나 기록할 준비가 되어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덕분에 일상의 기억이 스마트폰에 머문다.

 이 같은 '일상의 기록화'는 카메라의 휴대성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바래지 않는 기억을 오래 보존하고자 하는 욕망이 숨어있다.

 스마트폰 속의 과거는 아름다운 법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을 느끼기 위해 틈만 나면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들춰보고 찾아본다. 바야흐로 '디지털 회상'시대다.

 사람들은 "현실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기억하는가" 아니라 "현실을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하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스마트폰의 기억에는 자체적으로 과거의 나를 아름답게 미화해주는 선택과 집중, 편집이라는 개념이 없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디지털 기기는 '정 없는 기억'을 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위해 경험을 만드는 요즘 사람들'

 기억은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한 흔적이기에 인간이 자기자신을 규정하는 것에 기준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요즘 사람들은 이러한 기억을 디지털에 '위탁'한다. 하지만 무심한 디지털 기기는 긍정적인 해석을 해주지도 않고, 가치있는 것을 더 많이 기억해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현실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현실을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하는가"인데도 말이다.

 센스없는 디지털 기기를 보완하고자 사람들이 스스로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경험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개인의 경험은 SNS에 올라가 이미지로 타인들과 비교가 쉬워졌다. 이제는 기억을 위해 경험을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트렌드 1> '멋진 기억을 기록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다'

 요즘 사람들은 좋은 경험을 '느낄'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기록'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간다.

 그동안 경험보다는 감상에 치중하던 미술관도 급기야 촬영금지 제재를 풀었다. 기억은 '나'다. 과거의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모든 경험이 모여 기억이 되고, 이러한 기억이 모여 현재의 내가 된다.

 나중에 디지털에 위탁된 기억을 다시 경험할 때 좀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애초에 기억을 포장한다. 혹여 지금의 현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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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2> '기억을 위해 현실에 손을 대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기록을 위해 경험을 찾아다니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현실을 조작해 긍정적으로 왜곡된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남겨놓기 위해 상황을 설정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잘라내는 방식으로 현실을 연출한다.

 셀카 화장법이 유행하고, 멋지게 셀카를 보정해주는 앱도 출시되어 있다.

 <트렌드 3> '기억의 재료를 모아 자서전으로 재구성하다'

 현재의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과거의 나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 있다.

 자서전 작업은 조각난 기억을 시간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개인연대기 서비시인 리니어(Linear)는 연대순으로 기억을 연결해 자신의 과거를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디지털이 잘하는 일 중 하나는 데이터를 정보화하는 것이다. 이제 데이터를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만 남았다. 나의 인생을 멋지게 편집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현재의 행복을 미래에 양보하지 말 것'

 숨 쉬듯이 사진을 찍고 저장하고 추억하는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에 먼저 경험을 기록해놓고, 나중에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경험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경험보다 디지털 기록을 우선시 하다보면 정작 머리와 마음속에 추억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페이필드대학교의 린다 헹켈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일일이 기록하는 요즘, 사람들의 습관이 실제경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기기에 남길 기억을 위한 체험은 경험하는 순간 우리가 음미할 수 있는 행복을 앗아간다. 행복의 음미란 현재의 경험에 충실하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오래 지속시키거나 더 많이 느끼는 것이다.

 기록은 중요하지만, 경험이 수반되지 않은 기록은 의미가 없다. 현재의 행복을 충분히 음미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행복을 놓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아름답게 기록된 과거의 나를 바라본들 그 때의 감정이 부재하니까 말이다.

 [마치며]

 이번 주제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다. 과거는 '기억', 즉 '추억'으로 점철되어 있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과거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재 과거의 경험을 반영시켜 미래를 발전시킬 원동력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이라는 편리한 도구를 지니고 있다. 흔히 과거는 아름답게 포장된다고 한다. 힘들게 일하던 시절, 괴롭던 군대시절 등도 어느새 추억에서는 좋았던 시절로 기억된다.

 저자가 말한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라는 말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현대에 와서는 그 기억을 남기기가 훨씬 쉬워졌다. 카메라가 발명된 후 그러하며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완벽히 카메라가 구동되니 시공을 가리지 않고 우리 뇌의 기억장치를 보조할 특별한 도구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본말이 전도가 된 것에 있다. 여행을 가는 것이 그 자체를 즐기러 가는 것이 되어야 할텐데, 오히려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는 여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기억을 남기기 위해 경험을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저자가 말한 3가지 트렌드를 보면 '멋진기록'을 남길 수 있는 장소를 찾아가고, 기억을 위해 현실에 손을 된다. 즉 셀카를 위해 특별한 화장법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잘라내고 보정하는 앱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말해주는 자서전을 편집해 만들기까지 한다.

 예부터, 여행 다녀오면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 했다. 기억은 너무나 취약하여 금방 잊어버리고 왜곡되게 저장을 한다.

 사실적이고 멋진 사진을 제대로 남긴다면 그 여행이 아름답게 추억될 것은 분명하기에 사람들은 현명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먼저 적시한 본말의 전도이다.

 사진만 찍기 위해 여행을 온 사람은 정작 그 아름다운 자연과 풍광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식당에 가서도 사진찍기에 바쁘다면 맛있는 음식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현재의 행복을 충분히 음미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행복을 놓치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서울패미리병원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T) 수료.

 <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양산뉴스파크 webmaster@ysnews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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