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이주희 EBS 저자의 '강자의 조건(2)'.(사진제공=해헌 강일송) |
오늘은 지난 번에 다룬 '강자의 조건' 몽골제국에 이은 두 번째, '대영제국'에 관한 이야기를 연속 다뤄본다.
대영영국의 번영 이후 그 후계자로 미국까지 이어 온 것이 바로 오늘날이다. 영국이 스페인을 물리치고 패권을 차지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겠는데, 사실 영국은 당시 스페인에 비하면 다윗과 골리앗 같은 국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 '해가 지지 않는 제국'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란 말이 있다.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거느리고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던 대영제국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사용된 말이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명칭에 어울리는 지배력을 최초로 행사한 제국은 영국이 아니었다.
16세기 스페인이야 말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초의 제국이었다.
스페인의 영토는 아메리카 대륙 거의 전부가 포함되며, 필리핀도 펠리페 2세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오스트리아도 스페인 왕실과 같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고 있었다.
스페인의 육군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정평이 나 있었고 해군도 1571년 오스만 투르크를 레판토 해전에서 물리쳤다.
그런데 이 무적의 스페인에 유럽 변방의 조그만 나라가 덤벼들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국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변방의 소국이 거인을 쓰러뜨린 것이다.
이 패배와 함께 세계제국 스페인은 몰락하기 시작했으며, 영국은 스페인을 대신하여 세계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해적여왕 엘리자베스'
펠리페 2세가 정략결혼으로 유럽을 지배한 것처럼 영국의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으로 영국을 지배하려 하였지만 괘씸하게도 엘리자베스는 청혼을 거절한다.
그리고 신대륙의 거대한 황금과 은을 운송하는 배를 습격하는 영국출신의 해적을 엘리자베스는 후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란시스 드레이크라는 해적은 카리브해 곳곳을 활개치며 스페인의 배들을 노략했다. 펠리페 2세는 엘리자베스에게 해적들 특히 드레이크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여왕은 드레이크에게 기사작위를 내린다.
이단 여왕이 청혼도 거절하고, 공공연히 스페인 보물선에 대한 해적질을 후원하고, 신교의 네덜란드 반군을 지원까지 한 것이다.
드디어 펠리페 2세는 영국침공을 위해 작전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기습공격을 먼저 감행하여 카디즈, 리스본에 있는 스페인의 보급항들을 공격해 3년 동안의 준비를 망치게 한다.
영국 함선은 속도나 기동성에서 스페인 함선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스페인 함선은 크고 튼튼하고 안정적이었고 많은 짐을 싣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의 함선은 빠른 속도와 방향전환이 자유로운 기술적으로 진전된 배를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은 뛰어난 육군을 보유하고 있었고, 해전에서도 갈고리를 상대 배에 걸어 근접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영국은 스페인에 비해 몇 배나 많은 대포를 가지고 있었다.
스페인은 보병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대포라는 혁신에 무관심했고, 영국은 부족한 보병을 보충하기 위해 대포를 개량하고 실전에 사용했다.
# '대영제국의 시대'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영국의 함대는 칼레의 근처에서 결정적인 해전을 벌이게 된다. 뛰어난 대포를 가지고 있던 영국은 스페인의 강력한 초승달 대형을 무너뜨리고 근거리 집중사격으로 스페인을 무너뜨린다.
1588년 무적함대의 기함 산타 마리아호는 겨우 8척의 배와 함께 스페인에 도착한다. 작전에 참여했던 2만 6천의 병력 중 돌아올 수 있었던 병력은 1만 4천명, 거의 절반에 이르는 병력이 북해의 바다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로써 펠리페 2세의 영국침공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다시 말하면, 영국의 배는 스페인의 배보다 빠르고 회전능력도 뛰어났으며, 화포를 많이 실을 수 있었다.
해전에 대한 개념도 스페인은 구태의연해서 첫 번째 대포를 발사한 뒤 곧바로 화승총이나 창을 잡고 갑판 위로 올라간다는 전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은 연속해서 포탄을 사격했다.
스페인군의 목적은 적을 죽이는 것이지만 영국군의 목적은 적의 배를 격침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런 영국해군의 혁신이 오히려 결핍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은 애초에 믿을 만한 보병이 없었다. 주철대포를 개발한 것도 청동대포를 만들 만한 자원이 부족하고 재정이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스페인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대한 집착으로 혁신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이라는 보병의 위력을 지키기 위하여 포격전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무관심했고, 대포의 개발에도 덜 열성적이었다.
이렇게 혁신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스페인 해군은 레판토 해전의 빛나는 승리 이후 불과 17년 만에 낡은 유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결국 칼레해전은 해전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영국이 새롭게 선보인 전술의 효과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에 유럽 각국은 다투어 영국식 해전기술을 받아들였다.
이제 낡은 지중해식 해전의 시대가 가고 근대적인 포격전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칼레해전이 바꾼 것은 해전 방식만이 아니었다. 이 전쟁은 영국과 스페인의 미래도 바꾸어 놓았다. 스페인은 이 해전의 패배로 초강대국의 위용에 그늘이 지게 되었다.
반면, 영국은 이 전투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가 바다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다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는 대영제국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마치며]
영국이 세계 최강의 스페인을 물리치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보았다.
모든 국력에서 스페인과 영국의 경쟁대상이 아니었지만,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결전에서 영국은 스페인에 비해 훨씬 앞선 해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원도 재정도 강력한 보병도 없던 영국은 그들의 결핍을 오히려 극복하고 강점으로 바꾸어 놓는다.
낡은 지중해식 해전으로 오스만 투르크 해군을 물리쳤던 스페인 해군은 영국에 참패를 당한다. 명량대전의 이순신 장군도 더 많은 수의 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포의 우위와 판옥선의 우수성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강대국이나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새로운 변화를 앞서 나가지 않으면 공룡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여러사례에서 알 수 있다.
자만하고 안주하는 순간 침몰은 시작된다. 항상 혁신의 촉을 세우고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셨기를...^^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CA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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