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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331)] '교실 밖 인문학 中 '무지의 장막'-<최진기>

기사승인 2024.04.18  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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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최진기 저자의 교실 밖 인문학 중 '무지의 장막'.(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정의'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난번 323번 째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 후 정의에 대한 관심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 책은 미국에서 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팔리고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사회가 정의와 공정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한 번 살펴보겠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1980년 여름,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뽑는 블라인드 오디션이 열렸다. 블라인드 오디션이란 심사위원들이 연주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도록 막을 쳐 놓고 연주를 듣는 것을 가리킨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런 블라인드 오디션이 거의 없는 일이었는데, 지원자 중 한 명이 오케스트라 단원의 아들이었기에 공정한 심사를 위해 블라인드 오디션을 열었던 것이다.

 트롬본 연주자인 아비 코난트도 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코난트는 이미 다른 10번의 오디션에서 모두 떨어진 경험이 있었다. 코난트는 자기 차례가 되자 오디션장으로 들어가 트롬본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가 장막 건너편의 심사위원들이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남아있던 연주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무대의 장막이 걷힌 후 심사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맙소사, 여자잖아!"

 당시 트롬본은 군악대에서 주로 연주해서 남자들이 연주하는 악기라는 편견이 있었다.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었고, 그도 당연히 트롬본은 남자가 연주해야 한다고 믿었다.

 만약 블라인드 오디션이 아니었다면, 코난트가 공정하게 심사를 받을 수 있었을까?,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철학가이자 도덕 철학자인 존 롤스(John Rawls, 1921~2002)는 공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성의 핵심은 '운의 중립화'이다. 즉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등 우연하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자연적 조건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무지의 장막'

 존 롤스는 완벽하게 공정한 사람들이 모여 합리적으로 토론한다면 정의의 원칙에 맞는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존 롤스가 말한 '완벽하게 공정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월드컵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와 독일 대표팀이 결승전을 하는 경우, 아르헨티나인이나 독일인이 심판을 본다면 아무래도 자기 나라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아무리 공정하게 심판을 보겠다고 선서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존 롤스는 완벽하게 공정해지려면 '무지'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무지의 장막(the veil of ignorance)'이라는 가상의 장치를 생각해 냈다.

 오케스트라의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무지의 장막을 치고, '어떤 조건도 없는 평등한 입장'에서 토론하면, 정의의 원칙에 걸맞는 사회적인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존 롤스는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도 '무지의 장막'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한다면,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사회에 이롭고 평등하며 공정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정의는 숫자로 나타낼 수 없어!"

 공리주의자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곧 정의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한다면 그 것이 곧 선이고 정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익이 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기꺼이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구가 100명인 나라가 있다고 하자. 어떤 제도가 1명에게는 100의 쾌락을 주고, 나머지 99명에는 1의 고통을 준다면, 그 제도를 선택해야 할까?

 공리주의자들은 쾌락과 고통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 존 롤스는 사회의 전체 효용성이 증가하더라도, 한쪽에 이익이 너무 큰 반면 다른 쪽에 너무 큰 고통을 준다면,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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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하되, 소수의 의견이나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존 롤스의 정의의 원칙'

◇정의의 제1원칙

 모든 사람이 언론과 사상, 종교, 신체의 자유 등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

◇정의의 제2원칙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있을 때는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장 많은 이익을 주어야 하며, 기회를 공평하게 주어야 한다.

 정의의 제1원칙은 자유의 원칙, 즉 자유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의의 제2원칙은 차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으로, 사회적 약자인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원칙이다.

 그리고 제1원칙은 항상 제2원칙에 우선한다.

 사회적 소수자란 '기회가 적은 사람'을 말한다. 즉, 사회권력면에서 약한 사람이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소수 인종, 동성애자 등을 비롯하여 여성도 우리사회에서 능력이 같아도 남성보다 취업이 어렵고 임금이 적은 경향이 있으므로 소수자에 속한다.

 존 롤스는 소수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배려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했다. 소수자여서 불평등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공평하거나 불공평한 제도가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존 롤스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정의의 원칙에 걸맞기 때문에 역차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치며]

 정의에 대한 논의를 해보았다. 오케스트라 단원을 선발하는 테스트에서 공정성을 위해 장막을 치고 심사를 한데서 유래된 '무지의 장막'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하였다.

 금녀의 공간이었던 트롬본 연주자에 여성이 합격을 한 것이다.

 이처럼 존 롤스는 사회의 다른 영역에도 '무지의 장막'을 만들어야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되고 정의가 실현된다고 말한다.

 지금 시대는 존 롤스의 정의가 특히 강조되고 있는 시대이다. '기회의 공평한 제공', '공정한 룰과 규칙' 등이 바탕이 되어야 진정 그 사회는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지속할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잊어버리라고 할 정도의 롤스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 기본 바탕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든다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은 자명하리라 보인다.

 공정과 정의, 공평이 이 시대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현실이 그 것과 괴리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거다.

 오늘 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런 가치들이 어떻게 더 발전하고 유지할 수 있을런지 한 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CA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양산뉴스파크 webmaster@ysnews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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