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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38)] '완벽에 대한 반론'

기사승인 2021.06.25  02: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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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마이클 샌델 저자의 '완벽에 대한 반론'.(사진제공=해헌)

 오늘은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등으로 우리나라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한다.

 저자는 브랜다이스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하버드대학에서 'Justice'라는 과목을 20여 년간 맡고 있으며 1만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해 하버드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들이 들은 강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2년부터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하였는데, '배아 줄기세포 연구', '생명체 복제', '유전적 강화약물 복용' 등 현대에 직면한 생명공학과 윤리와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해헌(海軒) 주>

 ◇'유전적 강화(Genetic enhancement)'

 몇 년전 한 커플이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다. 단,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를 원했다. 레즈비언 커플인 샤론 듀세스노와 캔디 매컬로는 청각장애인이었고 그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청각장애인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듣지 못하는 것이 고쳐야 할 장애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듀세스노는 "듣지 못하는 것은 그저 삶의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온전하다고 느끼며, 청각장애인 공동체의 훌륭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아이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는 귀가 들리지 않아도 진정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청각장애 자녀를 갖기 위해 5대 째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출신의 정자기증자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다.

 아들 고뱅이 청각장애로 태어난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된 후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그들은 무척 놀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자식에게 고의로 장애를 유발했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두 사람은 듣지 못하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고 항변했고 단지 자신들과 같은 아이를 갖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듀세스노는 "우리는 이성애자 커플들이 아이를 가질 때 하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계획적으로 자녀를 청각장애로 만드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부모가 자신이 가질 자식을 원하는 모습대로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배우자를 택할 때 향후 태어날 2세를 염두에 두는 것이나 아이를 갖기 위해 새로운 보조생식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것은 본래 부모들의 일반적인 행동 경향이 아닌가?.

 그보다 얼마전, 하버드 대학 교내신문에 광고 하나가 실렸다. 불임부부가 난자 제공자를 찾는 광고였는데 특별한 조건들이 붙어 있었다.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은 키가 175cm쯤에 탄탄한 몸매여야 하고 가족병력이 없어야 하며 대학수학능력 시험인 SAT 점수가 1,400점 이상이어야 했다.

 이 요건을 충족하는 난자 제공자에게 5만 달러(약 5,900만원)를 주겠다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지 않았다.

 키와 지능, 뛰어난 신체조건이 아이에게 주어지지 말아야 할 조건이라고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강화는 비의학적 목적을 위해 의학적 수단을 사용한다. 즉, 유전적 강화의 목적은 질병의 치료나 예방, 신체적 손상복구, 건강회복과 관련이 없다.

 우리가 처진 턱과 주름살을 위해 보톡스 사용이나 성형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찬반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면, 더 뛰어난 신체능력이나 기억력, 더 높은 지능, 더 행복한 기분을 위해 유전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더더욱 불편한 기분을 느낀다.

 오늘날은 과학의 발전속도가 도덕적 이해의 발전속도보다 더 빠르기에, 사람들은 이와 같은 윤리적 불안감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힘겨워한다. 유전공학의 발달이 일종의 도덕적 현기증을 유발한 것이다.

 <근육강화>,<기억력강화>,<신장강화>,<성별선택> 등이 최근 떠오른 생명공학 기술의 이슈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질병치료나 유전적 질환 예방을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신체기능 개선이나 소비자 선택을 위한 도구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료와 강화사이에는 도덕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차이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부상당한 선수가 손상된 근육을 유전자 치료법으로 복구하는 것이 괜찮다면, 유전학 기술로 건강한 근육을 강화해 과거보다 더 향상된 몸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어째서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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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과 의사들이 호르몬 결핍으로 키가 작은 아이에게 성장호르몬을 쓰는 것은 허용이 되었지만 자신의 키에 만족을 못하는 아이들의 부모가 요구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은 호르몬 결핍 때문에 키가 작든 부모의 작은 키에서 영향을 받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키가 작아서 겪는 사회적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르몬 치료를 호르몬 결핍증 아이들에게만 사용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없다면, 키가 심하게 작은 아이들에게만 허용해야 하는가?, 평균 키가 되지만 농구팀에 들어가기 위해 키를 더 키우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허용하면 안 되는가?.

 유전적 강화와 복제, 유전공학 기술이 인간 존엄성에 위협을 가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충분히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것들이 우리의 인간성을 '어떻게' 손상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 것들이 인간의 자유나 번영의 측면을 어떻게 위협하는가?...

 [마치며]

 이번 내용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작을 한번 보았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샌델 교수는 정답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현재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 미묘한 상황들을 적절하게 예시하고 독자로부터 사유를 이끌어낸다.

 생명공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 신의 영역이었던 부분이 인간의 통제에 놓이게 되면서 그동안 접하지 못한 윤리 도덕적인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과학의 빠른 속도에 윤리나 도덕의 기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그 중 저는 이번 내용을 '유전적 강화'에 대한 이야기로 말씀드렸다.

 우수한 유전적 형질을 가진 자녀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만 실제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적 도구를 인간이 가지게 되자 인류는 당황하게 되었다.

 청각장애인 동성부부가 의도적으로 청각장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수 많은 비난이 잇따른다. 하지만 높은 아이큐와 큰 키를 요구하는 대리모 광고에는 비교적 관대하다.

 미용성형에 대해서도 이제 너무나 대중화되어서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더 높은 지능, 더 행복한 기분을 위한 생명공학 사용에는 아직 대중은 불편해한다.

 성장호르몬 사용도 현실에서 늘 부딪치는 문제이다. 병적인 상황으로 극도의 저신장만 보험적용이 되지만, 고가의 약값을 치르고라도 자녀의 더 큰 키를 원하는 부모는 넘친다.

 과거 상상에서만 가능하던 일들이 생명공학의 발달로 가능하게 되면서 촉발된 수 많은 윤리적 문제는 앞으로 더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려이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인간만 존엄한가', '인간의 생명만 더 존중되어야 하는가'하는 주제로 넘어가면 종교와 철학의 문제가 다시 거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 결론적으로 삶과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 등에 인류는 끊임없는 성찰과 사유를 멈추지 않아야 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에 이와 같은 과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서울패미리병원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양산뉴스파크 webmaster@ysnews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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