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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헌의 독서파크(156)] '포크를 생각하다(1)-<비 윌슨>'

기사승인 2022.08.14  22: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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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패미리병원 해헌(海軒) 강일송 병원장

 비 윌슨 저자의 포크를 생각하다(1)-식탁의 역사 속 불(火)의 역사.(사진제공=해헌 강일송)

 오늘은 요리와 요리도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문화역사서를 살펴본다.

 2012년 당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가디언'지 및 '인디펜던트'지에서 선정이 된 놀라운 책이다.

 저자인 비 윌슨(1974~)은 푸드 저널리스트이며,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매주 <부엌의 사색가>라는 음식칼럼을 쓰고 있다. 영국 음식전문작가협회가 뽑는 올해의 음식 저널리스트에 세 차례나 선정된 작가이다.

 인류의 시작부터 현대까지 음식과 요리도구를 통해 종횡무진 넘나드는 그의 글을 보면 지적인 즐거움이 넘치게 된다.

 오늘은 그의 글 중 '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한다. <해헌(海軒) 주>

 [시작하며]

 # '불'

 "언어를 제외하고, 인간이 이룬 가장 위대한 발견"-찰스 다윈(1871).

 "아, 아버지, 돼지가, 돼지가, 이 타버린 돼지가 얼마나 맛있는지 와서 좀 드셔보세요"-찰스 램(1823).

 '로스팅(roasting)'은 가장 오래된 조리법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로스팅은 날재료를 불에 직접 넣는 것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의 수렵채취인 쿵산족은 지금도 '트신'이라는 콩을 뜨거운 잿불에 던져서 익힌다.

 불이 음식을 변형시켜 더 소화하기 쉽고 맛있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발견한 행운아 인간이 누구였는지, 우리는 영영 알 수 없으리라.

 불로 굽는 방법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인류학자 리처드 랭엄에 따르면, 약 180~190만년 전 벌어졌던 최초의 요리, 혹은 로스팅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결 정적인 순간이었다.

 음식을 익히면 대체로 소화가 더 쉬워지고 영양소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인류는 익힌음식을 발견함으로써 뇌 성장에 투입할 잉여에너지를 얻었다.

 열과 빛의 공급원을 길들인 인류는 처음에는 불 가까이에 집을 지었고, 나중에는 불을 둘러싸고 집을 지었다. 끼니를 제공하는 화덕은 집의 구심점이었다.

 초점을 뜻하는 영어단어 'focus'는 라틴어로 '화로'라는 뜻이다.

 150년 전 가스오븐이 탄생하기 전까지 집안에서 불을 피우고, 연료를 공급하고 적절히 불을 유지하는 일이 가사의 핵심이었다.

 현대 부엌은 불을 길들이는 것을 넘어서 아예 철저히 가두었다. 우리는 단 1초 만에 불을 불러냈다가 도로 꺼버릴 수 있다.

 최초의 불은 어떻게 생겼을까?, 누군가 일부러 부싯돌을 황철석에 부딪쳐 일으켰을까, 산불로 요행히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을까?.

 구석기시대(20만~4만년 전)의 화덕은 돌멩이를 몇 개 둥글게 배치하여 그 속에 불을 가둔 것이었다. 남아프리카의 클라시스 강에 남은 12만5,000년 전 동굴 거주인의 흔적을 보면, 그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돌 화덕에서 영양과 갑각류, 바다표범과 펭귄을 구워 먹었던 것 같다.

 중세영국에서도 화덕없이 살기는 불가능했다. 영국인들은 로스트비프(소고기)를 너무나 사랑했는데, 이는 영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땔나무가 풍성했던 탓도 있다. 중세의 런던은 파리보다 연료가 훨씬 더 풍부했고, 그 덕분에 식량도 더 풍성하게 공급받았다.

 중세영국의 부잣집 부엌에서는 열악하고 가혹한 노동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턴스핏(turnspit)'이라 불리는 일보다 더 힘든 작업은 드물었다. 

 그 것은 고기를 꼬챙이에 꽂은 것을 돌리는 사람(보통 소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불가의 좁아터진 곁방에서 소젼들은 고기를 돌려야 했는데 거의 벗은 채로 옷을 대강 걸친 채 혹사당했다.(roast는 '돌리다'라는 뜻의 'rotate'와 어원이 같다.)

 16~17세기가 되어서 이 일들은 소년에게서 동물들이 거의 넘겨받았는데, 이제는 턴스핏을 '부엌에서 일하는 개'라고 정의가 되었다. 

 사람들은 교배를 통해서 다리가 짧고 몸통이 긴 개를 일부러 얻었고, 화덕근처 벽에 높게 매단 지름 약 75cm의 쳇바퀴에 꼼짝없이 가두어 돌고 또 돌렸다.

 어떤 요리사는 개보다는 거위를 선호했다. 1690년대 기록에는 거위가 개보다 꼬챙이를 돌리기에 더 낫다는 말이 있다. 거위는 거의 12시간까지도 쳇바퀴를 돌릴 수 있었다.

 미국의 식당주방에서는 19세기까지도 쳇바퀴가 쓰였다. 최초의 동물권 운동가였던 헨리버그는 개를 쓰는 쳇바퀴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턴스핏 개와 거위의 시대를 끝낸 것은 자비심이 아니라 기계화였다. 16세기부터 자동으로 꼬챙이를 돌리는 기계가 개발되었다.

 집안일은 매일 되풀이 되는 수 많은 자잘한 활동들로 이루어진다. 정말로 혁신적인 도구는 우리가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쉽고, 좋고, 즐겁게 하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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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의미에서 가스레인지는 이례적인 돌파구였다. 그 것은 부엌에 진정한 발전을 가져온 도구였다. 가스불은 불 관리에 수반되는 오염, 불편, 시간낭비로부터 많은 사람들을 해방시켰다.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전자레인지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만대에 달하는 전자레인지가 팔린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는 많은 일을 훌륭하게 해내면서도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는 즐거움 못지않게 공포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는 음식 속 지방, 당분, 물 분자들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흔들고, 그 진동 때문에 음식 내부에서 열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로는 로스팅을 할 수도 없고 빵을 구울 수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 모든 일을 다 해내는 조리기구란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레인지를 보고 있자면 우리가 불을 발견한 일은 없었던 것만 같다. 인류는 역사 내내 불을 가두고 통제하려고 애썼다. 불은 사회적 생활의 구심점이었다. 

 사람들은 돌멩이 화덕으로 불을 길들였다. 다음에는 불을 둘러싸고 큰 방을 지었고, 쇠살대 속에 가두었고, 무쇠레인지에 집어 넣어 눈에 보이지 않게 했으며, 가스오븐으로 우리의지에 종속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전자레인지로 불 없이 요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인간이 불을 그리워하고 생활에서 불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한다는 징후도 간간이 보인다. 

 전자레인지 앞에 둘러앉아 밤늦도록 도란도란 대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자레인지의 각진 몸통은 우리의 손도 마음도 덥히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깡그리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리과정은 전통적인 옛 방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있을 수 있다.

 아이들이 불가에 모인 수렵채취인들처럼 전자레인지 앞에 웅크린 채 경이로운 표정으로 잠자코 팝콘이 튀겨지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본다면 말이다.

 [마치며]

 오늘은 요리와 요리도구에 얽힌 여러가지 문화사적 이야기 중 한 이야기인 '불'에 대해 보았다.

 언어다음으로 인류역사에 있어 최고의 발견으로 불리는 '불'은 180~190만년 전에 이미 고기를 구워먹은 화덕의 존재로 증명이 된다.

 저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인간의 뇌가 커지게 되어 현생인류로 발전했다고 한다.

 동그랗게 돌을 모아 불을 지폈던 화덕에서, 현재의 전자레인지까지 불의 역사는 흥미롭게 흘러간다.

 로스트 비프를 좋아했던 영국의 가정에서는 '턴스핏'이라는 고기꼬챙이를 돌리던 소년부터, 개, 거위까지 존재했고, 이 것을 그만두게 한 것은 인도주의나 동물보호주의가 아니라 기계의 개발이었다.

 가스레인지를 거쳐 전자레인지에 이르러 드디어 불 없이도 요리를 하는 단계까지 이르는데, 인간이 불을 완전히 제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은 인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불로 인해 인간의 문명화는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을 잘 다스려 추위도 막고, 고기를 구워먹게 되어 더 좋은 영양소를 섭취한다. 불로 맹수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도 있어, 더 이상 동굴생활을 그만 둘 수 있었다.

 더 풍부한 영양소 공급으로 뇌가 더욱 커지고 발전하여 문명을 일으킨 것이다.

 저자는 글을 참 맛깔스럽고 흥미진진하게 쓰는 능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기에 최고의 음식컬럼니스트라 불리고, 올해의 책에 선정이 되었겠지만.

 부엌에서도 이렇게 좋은 문화사적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대단하다. 다음에는 부엌에서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인 '칼'에 대한 이야기를 연속으로 이어 보겠다.

 <강사소개>

 해헌(海軒) 강일송

 현 양산 물금증산의 양산세무서 6층과 7층 서울패미리병원의 병원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과정(AFP) 수료,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경영최고위 과정(AHP) 수료.

 <공동저서> ▶우리아이 성조숙증 거뜬히 이겨내기, ▶우리아이 변비와 야뇨증 거뜬히 이겨내기, ▶초보 육아 거뜬히 이겨내기, ▶더바이블 육아 소아과 수업 3권 시리즈.

 <※해헌의 독서파크는 사전에 작성된 원고로, 현재 시기와 변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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